세가를 대표하는 인기 시리즈인 '사쿠라 대전'이 '미디어 팩토리'에 의해 게임 보이 컬러(GBC)로 발매된지 약 1년 후, 소프트웨어 제작사로 방침을 전환한 세가로부터 그 후속작이 발매되게 되었습니다.
전작이 발매되었을 때의 첫인상은 '세상에, 닌텐도의 게임기인 GBC로 사쿠라 대전이 나왔단 말야?'라는 놀라움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작이 발매되었을 때는 '소프트 제작사로 돌아섰다더니 GBC로도 게임을 내는구나'라는 무덤덤한 인상이 들더군요. 이 두 개의 게임이 겨우 1년의 시간차를 두고 발매되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참 아이러니컬하지요.
2. 전작과 별 차이 없는 첫 인상
전작이 GBC의 한계에 가까운 그래픽과 사운드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사쿠라 대전 GB2의 그래픽과 사운드는 전작과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시리즈의 최초작인 사쿠라 대전 1(PS2로 출시된 리메이크판 '사쿠라 대전 ~뜨거운 혈조로~'와도 동일)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GB2는 사쿠라 대전 2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배경 설정의 차이나 추가/교체된 인물이 있는 정도만 눈에 뜨이네요.
 사쿠라 대전 1의 내용을 다이제스트로 알려주는 프롤로그 |  게임 화면은 전작과 별다른 점이 없다 |
게임의 실질적인 제작도 전작과 같은 Jupiter입니다. '포켓몬 핀볼'이나 '디즈니 스포츠 : 모토크로스' 등의 타이틀을 하청 제작한 GB 계열의 하청 전문 회사로, 전작과 연동이 되었던 주변기기 '포켓 사쿠라'의 제작도 이곳에서 맡았지요.
 레드도 그새 로고가 바뀌었다 |  제작은 전작과 같은 주피터 |
3. 이번엔 RPG다!
게임의 장르가 시뮬레이션에서 RPG로 바뀜에 따라, 주인공의 보다 적극적인 활약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번작에서 주인공은 1년 전에 있었던 악의 세력과의 전투(사쿠라 대전 1)에서 추락한 공중전함 '미카사'에서 탐지된 이상한 영력(靈力) 반응의 근원을 조사하는 임무에 투입되게 되며, 물론 사쿠라 대전 시리즈에 등장하는 비밀부대 '제국화격단 하나구미(帝國華擊團 花組)' 대원들과 함께 이 임무를 수행해 나가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하나구미 대원들과 함께 임무에 투입된다
이 임무의 수행을 위해 주인공은 전용 영자갑주(쉽게 말해서, 로봇)인 '광무 개(光武 改)'를 지급받게 됩니다. 무장이나 파츠의 교환을 통하여 자신만의 오리지널 광무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게임의 재미 중 하나입니다.

필드에서 움직이는 것은 주인공의 전용 광무 개
RPG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전투는 '파이널 판타지'시리즈의 '액티브 타임 배틀(Active Time Battle)'을 그대로 차용했습니다. 플레이어 캐릭터와 적 캐릭터는 각기 지정된 대기 시간 게이지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먼저 가득 찬 캐릭터부터 행동을 할 수 있는 형식이지요. 기본적인 시스템은 파이널 판타지와 거의 동일하지만, '풍(風)/림(林)/화(火)/산(山)의 작전 변경'이라던가, '필살 공격'등의 사쿠라 대전 시리즈가 지닌 전통적 요소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할(?) 액티브 타임 배틀
4. '사쿠라 대전'다운 요소도 건재
RPG로선 특이하게, 이 게임은 전체의 내용을 몇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서 스토리를 전개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연재 애니메이션처럼 여러 화로 나누어진 전개 방식을 띈 사쿠라 대전 시리즈의 전통을 살리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쿠라 대전 시리즈 최대의 특징인, 시간 제한이 있는 선택 문항 'LIPS'는 물론 이 게임에서도 건재합니다. LIPS는 RPG 파트에서의 이벤트나 한 화의 시작과 끝에 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과의 대화 이벤트 등 여러가지 부분에 사용되지요.

LIPS가 없으면 사쿠라 대전이 아니지
5. 사쿠라 대전 시리즈 최초! 여성 주인공 선택 가능!
지금까지 발매되었던 사쿠라 대전 시리즈 중에서는 최초로, 이 게임에선 주인공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남성 주인공은 전작 '사쿠라 대전 GB'의 주인공으로 제국화격단에 체험입대를 한 경험이 있다는 설정이고, 여성 주인공은 탐정업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발탁되었다는 설정이지요. 주인공의 성별을 여성으로 하면, 주인공의 대사나 다른 캐릭터들의 대사도 바뀌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여성 주인공은 여성다운 말씨를
6. 대상 연령을 너무 낮게 잡은 게임의 비극
왠지 '게임 보이'라는 하드웨어로 넘어온 게임들은, 그 하드웨어의 주된 대상 연령층에 너무 집착한 탓인지 '저연령화'라는 수렁에 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신비주의적이고 어두운 세계관과 스토리로 매니아층의 지지를 받아온 '진 여신전생(眞 女神轉生)' 시리즈의 GBC판인 '데빌 칠드런'을 들 수 있겠죠. 기괴하면서 묘한 매력을 풍기는 악마들은 전부 '포켓 몬스터'에나 등장할 법한 귀여운 몬스터들로 변해 버렸으며, 스토리나 배경 설정도 마찬가지로 저연령화 될 수밖에 없었던 이 게임은, '진 여신전생' 시리즈라 보기도 미묘하고 또 완전히 다른 게임 취급해버리기도 그런, 애매한 위치의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진 여신전생과

데빌 칠드런
지금 리뷰하는 사쿠라 대전 GB2가 데빌 칠드런과 공통되는 점이 있다면, 고연령층 대상의 작품을 원작으로 무리할 정도의 저연령화를 시도하였다는 것이지요. 일단, 지금까지 게재된 스크린 샷을 자세히 보시면, 게임 내에 표시되는 문자 중에 한자(漢字)는 한 자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작처럼 저연령층이 어려워 할만한 한자를 히라가나로 풀어 쓴 것도 아닌, 완벽한 히라가나화지요. 마치 '포켓 몬스터' 처럼.

프롤로그부터 엔딩까지 한자는 한 자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게임 내의 대사나 이벤트도 저연령층이 이해하기 쉽게 간략화/단순화 되어 있습니다만, 그것이 때로는 이런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 등장 캐릭터 '키리시마 칸나'와 적 보스의 대화 중 -
보스 : 으하하하핫! 마계왕님에게 도전할 생각을 하다니 정말 바보로구나!
칸나 : 뭐? 바보라고? 용서 못해!
아무리 칸나가 남자처럼 괄괄하고 직선적이며, 생각하는 것이 좀 단순한 캐릭터라고 해도, 이런 대화는 너무했죠.(-_-;;) 게다가 느닷없이 나타난 이 게임의 오리지널 적 캐릭터인 '마계왕(魔界王, 참 직관적인 이름이군요...)'의 존재는 본가 시리즈의 설정과도 불협화음을 자아냅니다(뭐, 이럴 때는 '패러렐 월드(평행 세계)'라 치고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겠습니다만...).
GBC라는 플랫폼을 너무 의식하다 보니 결국 사쿠라 대전이라는 게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듯 해 보인다는 것은 저만의 지나친 생각일까요?
7. 이번에도 한정판이 있다
3가지 종류의 한정판이 나왔던 전작과는 달리, 이 게임의 한정판은 1개 뿐입니다. 한정판 내용물은 GBC나 GBA(게임 보이 어드밴스)를 넣을 수 있는 포치(pouch)로, 전작의 GBC 동봉 한정판과 세트로 만들기 위해 동봉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정판에 들어있는 포치 |  이것으로 사쿠라 GBC 세트 완성! |
8. 마치며...
'RPG'라는 장르적 관점에서 평가할때는 충분히 수작 이상은 되는 게임인 사쿠라 대전 GB 2. 하지만 '사쿠라 대전'이라는 시리즈물의 관점에서 평가할 때는, 상당히 애매한 작품이 되어 버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작하면서 언급한 [ '진 여신전생'에는 '데빌 칠드런', '사쿠라 대전'에는 이 게임 ] 이외에, 이 게임의 정체성을 단 한 마디로 설명해주는 문장은 찾기 힘들 것 같군요.
※ 추천도 - 5/10
(수많은 결점을 무시하고 즐길 수 있다면 괜찮은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