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9일, 저는 벳부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후쿠오카(福岡)로 떠났습니다. 방학 때도 세션 학기를 듣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다 찾아온 1주일간의 오봉(일본의 명절 중 하나) 휴가 마지막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지요. 대학 캠퍼스가 위치한 쥬몬지바루(十文字原)고원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면 고속 버스 정류장이 있기 때문에, 간단히 가방 하나만을 들고 정류장으로 올라갔습니다. 벳부에서 후쿠오카까지는 대략 2시간 쯤 걸리고, 차비는 편도 3000엔이지요. 아침 9시에 버스를 타서는, 바로 버스 안에서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깨어나 보니, 곧 후쿠오카 시내의 번화가 텐진(天神)에 다 와 가더군요. 일단 텐진에서 내려서 슬슬 후쿠오카 시내를 둘러 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습니다. 버스 정류장은 니시테츠(西鐵) 지하철 후쿠오카 역 바로 옆에 있었지요.
후쿠오카 역사 바로 옆에는 SOLARIA STAGE라는 쇼핑 센터가 있었는데, 이곳 안의 잡화점 INCUBE라는 곳에서 특이한 행사를 하더군요. 세계 각국의 그림책을 모아서 전시하고 판매하는 '세계의 그림책과 친구들'이라는 행사였습니다. 저는 이 행사를 보려고 SOLARIA STAGE 건물 내로 들어갔지요. 왠지 여기에 가면 지금은 구하기가 힘들다는 '나이츠(NiGHTS)'의 그림책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역시 그런 게 목적이었냐;;).

그림책 속에서 튀어나온 귀여운 캐릭터들
일본 프로 야구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이곳 후쿠오카는 프로 야구 팀 '소프트뱅크 호크스(Softbank Hawks, 예전에는 '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의 연고지입니다. 그래서인지 SOLARIA STAGE 1층에는 호크스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있더군요. 선수들의 사진이나 레플리카 유니폼, 응원 용품 등 상품의 종류는 매우 많았습니다.

후쿠오카 하면 역시 호크스
그림책 관련 행사를 하고 있는 건물 5층에 올라가 보니, 행사장은 상당히 작은데다 문제의 그림책도 대여섯 종류밖에 놓여 있지 않았고, 그 그림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관련 캐릭터 상품이나 책의 원판/타국어 번역판 등을 판매하는 것이 고작이더군요. 나이츠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던 기대는 꿈 속으로 날아가 버렸지만, 그래도 그림책 자체를 좋아하는지라 꽤 오랫동안 구경했습니다(사지는 않았습니다...).

행사장의 규모는 상당히 작았다

'곰의 학교'라는 그림책의 캐릭터 인형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피터 래빗' 시리즈

한글로 되어 있는 그림책도 있었다
하릴없이 건물 밖으로 나오려는 찰나, 제 눈에 어딘가 익숙한 그림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그림의 정체는 바로, 게임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 이하 FF)' 시리즈의 일러스트레이션 등으로 유명한 화가 '아마노 요시타카(天野善考)'의 전시회가 이 건물 8층에서 개최되고 있다는 내용의 광고판이었죠. 입장료가 무려 무료인데다, 개최되는 날짜는 바로 오늘인 8월 19일부터 3일간! 저는 당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광고판에 쓰인 일러스트는 FF4의 것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상한 아마노 선생님의 원화는...
최고였습니다.석판에 그린 리소그래프(Lithograph, 석판화)라던가 요염한 미를 발산하는 기모노 차림의 여성 등 흔히 보지 못했던 미술적인 그림들은 물론, FF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6편의 케이스에 사용된 도시 그림이나 소설 '뱀파이어 헌터 D(Vampire Hunter D)'의 표지로 사용되었던 그림 등을 원화로 직접 보는 것은, 아마노 선생님의 팬인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이었지요. 또한 미국의 게임 잡지 표지로 쓰인 것 외에는 여기서 최초로 공개되었다고 하는, 아마노 선생님이 그리신 FF 10편의 주인공 '티더(Tidus)'와 '유우나(Yuna)'의 그림도 전시되었는데, 뭐랄까 원작의 일러스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비감과 약동감이 느껴졌달까요? 물론 전시장 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아쉽게도 지금까지 설명했던 원화의 사진은 없습니다.
아래 사진은 전시장에 입장할 때 기념으로 받은 브로마이드입니다. 역시 같은 캐릭터를 그려도 노무라 테츠야와는 '격'이 다르군요(...어이). 가능하다면 아마노 선생님이 다시 FF에 돌아와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이미 FF도 예전의 FF가 아니니 공연한 기대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FFX-2가 좋아지려 한다(...)
약 1시간 여 동안 아마노 선생님의 그림을 감상하고 나서, SOLARIA STAGE를 나와 유명 전자 양판점 '빅 카메라(Bic Camera)' 텐진점으로 향했습니다. 빅 카메라 텐진점은 1호관과 2호관이 있는데, 1호관은 컴퓨터 관련 물품만을 취급하고, 2호관에서 기타 가전제품이나 게임기/완구 등을 취급하지요. 물론 제가 향한 곳은 2호관입니다.

이곳이 텐진 빅 카메라 2호관
아쉽게도 후쿠오카의 빅 카메라는 도쿄의 그것과는 달리 할인 판매하는 게임 상품이 별로 없더군요. 하지만 인상적인 부분이 몇 군데 있어서 소개해 볼까 합니다. 우선은 세가 토이즈(Sega Toys)의 상품인 '메가 드라이브 플레이 TV(Mega Drive Play TV)'가 3종류 전부 구비되어 있고, 한 술 더 떠서 남코(namco)의 '팩맨(Pac-Man)'등의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비슷한 종류의 게임기까지 있었다는 것이지요.
메가 드라이브 플레이 TV는 전용 컨트롤러와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는 본체 안에 메가 드라이브의 게임을 내장해서, 카트리지 없이도 본체를 TV에 꽂기만 하면 저장되어 있는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남코의 팩맨도 비슷한 방식인데, 이건 북미에서만 출시된 제품이지요. 이런 물건을 수입해서까지 들여오는 것은, 이런 류의 상품이 의외로 인기가 좋아서...일까요?

예전에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MD Play TV

남코의 마스코트격 게임인 팩맨도 보인다
또한 일본에서는 철저한 비주류 취급을 받고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게임기 'Xbox' 관련 코너가 상당히 충실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었습니다. Xbox의 강점인 온라인 플레이 'Xbox Live'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부스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가 하면, Xbox의 후속 기종 'Xbox 360'의 종이로 만들어진 실물 크기 모형이 놓여 있다던가, 종업원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Xbox 정보지를 배포하는 등, Xbox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지요. 주말에는 다른 빅 카메라 점포와 Xbox Live를 통한 게임 대회도 실시한다고 합니다. 나름대로 Xbox 팬인 저로서는, 이런 가게가 있다는 것이 기쁘더군요.

일본 게임점에선 쉽게 볼 수 없는 XBOX 전용 코너

데모 게임 플레이/온라인 대전 체험이 가능하다

수작업으로 제작한 XBOX 정보지
빅 카메라를 슬슬 둘러보고 나오니, 8월의 뜨거운 햇살에 땀이 비오듯 하더군요. 또한 전날에 너무 일찍 일어났기 때문인지(새벽 4시에 일어나서 빨래 해 놓고 아침 먹은 다음 출발했습니다;;), 몸이 피곤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일단은 제가 묵을 호텔이 있는 하카타(博多)로 가서 체크인 한 다음, 호텔에 딸린 목욕탕에서 몸을 풀고 나서 오늘 하루는 하카타 관광을 하고 텐진은 내일 다시 둘러보기로 할까...라는 생각에, 저는 지하철을 타고 하카타로 향했습니다.
- 다음 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