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 '페라리(Ferrari)'라는 세계적인 명차에 마음이 끌려 본 적이 없으신 분들은 드물 것입니다. 특유의 붉은색으로 빛나는 유선형의 매끄러운 차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피드는 언제나 자동차 애호가들을 매료시키지요. 물론 저같은 서민이 페라리를 실제로 구입하여 타 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대리 체험을 할 수 있는 레이싱 게임은 여러 가지가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페라리를 몰며 옆 자리에는 아리따운 여인을 태우고, 라이벌들과 시간을 경쟁하는 레이싱 트랙이 아닌 이국적인 풍경으로 가득 찬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는 '드라이빙' 게임은, 이 아웃런 2 하나 뿐입니다.
2. 테마는 '페라리/미녀/절경'
'페라리의 조수석에 미녀를 태우고 달리며 절경을 즐긴다'라는 아웃런 2만의 독특한 게임성은, 1986년에 발매되어 게임 센터에서 일대 선풍을 일으켰던 아웃런 1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아웃런 시리즈의 최초작인 아웃런 1
하지만 아웃런이 폭발적인 인기 몰이를 한 후 등장한 여러가지 후속작들은 전혀 그 컨셉을 살리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예를 들면 다인수의 레이싱 게임으로 바뀐 '아웃러너즈(OutRunners)'나, 웬 배트맨 자동차가 등장하는 SF물로 돌변한 '아웃런 2019(OutRun 2019)' 같은 게임들은 '이게 아웃런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게임이었습니다.

'괴작' 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아웃런 2019. 개발은 심스
17년 전의 그 게임성을 그대로 이어받아 탄생한 진정한 후속작 아웃런 2는 비록 시리즈 5번째 작품이라는 위치에 놓여 있기는 하지만, 이 게임이야말로 '2'라는 숫자를 달기에 손색이 없지요.
* 이후 아웃런 1을 '전작'이라 호칭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달려 보는 거야
3. 극상의 그래픽과 속도감
현존하는 최고의 성능을 가진 비디오 게임기 Xbox의 호환 기판 Chihiro로 만들어진 아웃런 2는, 실로 '극상(極上)'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깔끔하고 리얼한 그래픽으로 또 한 번 게임 센터를 찾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17년 전에 아웃런 1이 그랬던 것 처럼요.
플레이어의 차와 코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시야를 가진 여타 레이싱 게임의 화면과는 달리, 주변의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확 트인 게임 화면은 보고만 있어도 상쾌함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확 트인 시야. 이젠 넓~게 보세요
시속 300km 대를 넘나드는 초고속 수퍼 카 페라리에 걸맞는 엄청난 속도감도 일품이지요. 여타 레이싱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단한 조작으로 구사할 수 있는 드리프트(Drift : 차체 뒷면이 미끄러지며 코너를 빠져나가는 주행 기술) 주행으로 급커브를 빠져나가는 재미는, 게임에 조금만 익숙해 지신다면 누구나 마음껏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짜릿한 드리프트
4. 과거의 명곡 + 새로운 느낌의 사운드
전작에서 잊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케이드 게임 최초로 채용한 스테레오 사운드 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3곡의 음악을 떠올리시는 올드 게이머 분들도 많을 듯 합니다. 아웃런 2에는 이 3곡(Splash Wave, Magical Sound Shower, Passing Breeze)의 리메이크 버전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 추가된 4곡까지 총 7곡의 음악 중 하나를 선택해서 들으며 달릴 수가 있습니다. 새로 추가된 곡은 락이나 재즈 등 기존 아웃런 시리즈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장르의 음악이며, 두 곡(Night Flight, Life was a bore)에는 여성 보컬이 부르는 노래도 들어가 있지요.
5. 다채로운 코스를 달리자
아웃런 2의 코스는,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각 코스 별로 2개의 분기점을 가지며, 5개의 코스를 달려 최종적으로는 5개로 나뉘어진 골 인 지점중 하나로 끝나는 형식입니다. 코스 맵에서 위(게임 화면에서는 왼쪽)로 갈 수록 난이도가 낮은 코스가, 아래(게임 화면에서는 오른쪽)으로 갈 수록 난이도가 높은 코스가 등장하지요.

아웃런 2의 코스 맵
분명히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조금 갈라져 왔을 뿐인데도, 다음에 나타나는 코스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막과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달리더라도 다음 코스에서는 눈에 덮인 산길이 등장할 수도 있고, 네덜란드를 연상시키는 풍차와 튤립이 만발한 코스의 바로 옆에 아무리 봐도 에펠 탑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탑이 버티고 있는 코스가 존재하는 등, 마치 세계 명승지의 축소판 같은 아웃런 2의 코스. 이 코스를 어떤 루트로라도 한 번 완주하면, 마치 세계를 30분 만에 일주하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피라미드와 오아시스가 있는 사막지대를 빠져나가면

난데없이 등장하는 설산

설산을 넘으면 콜로세움이 보인다
6. 새로운 재미, 하트 어택 모드
아웃런 2에는 전작처럼 경치를 즐기며 달리는 '아웃런 모드(OutRun Mode)'와, 고스트 카(Ghost Car : 해당 코스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운 차의 분신)'와 경쟁을 하며 제일 빠른 골 인 시간을 겨루는 '타임 어택 모드(Time Attack Mode)'이외에도, 아웃런 2만의 독자적인 모드인 '하트 어택 모드(Heart Attack Mode)'가 존재합니다.
하트 어택 모드는 옆에 타고 있는 미녀의 희망 사항을 충족시켜 하트를 모으면서 달려야 하는 모드로, '앞 차를 제쳐!'라던가 '드리프트 해 줘!'등의 리퀘스트(Request)가 시작되면, 시작 구간에서 종료 구간까지 가능한 한 많은 하트를 모아 미녀를 만족시켜야 합니다.

그녀의 하트를 얻으러 GO~!

조건을 만족시켜 하트를 모아 가자
하트의 수에 따라 최저 랭크인 E부터 최고 랭크인 AAA까지의 평가가 나오며, 코스에 따른 특정한 조건(주로 높은 랭크)을 만족시키면 다음 코스에서 평소와는 다른 스페셜 리퀘스트(Special Request)가 등장하지요.

리퀘스트 성적이 좋으면

참 잘했어요~ 스페셜 리퀘스트 등장
물론 도중에 다른 차나 가드 레일 등에 부딛히거나 코스를 이탈하는 등의 사고를 일으키면 하트가 줄어들게 됩니다.

벽에 부딛히면 용서 없다
자칫하면 단순히 달리기만 하는 단조로운 게임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아웃런 2에, 새로운 게임성을 불어 넣어주는 하트 어택 모드의 존재 가치는 큽니다.
7. 경쟁/파고들기 요소의 부족은 아쉽다
여타 레이싱 게임과 같이, 아웃런 2에도 플레이어들끼리 대전하는 VS 모드가 존재합니다. VS 모드에서는 1위인 플레이어가 결정한 코스를 모두 따라가야 한다던가, 1위가 체크 포인트를 통과했을 때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시간 연장이 주어진다던가 하는 요소로 경쟁심의 유발과 오랜 대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만, 처음부터 1인 플레이 위주로 만들어 진 게임이라서인지 아웃런 2의 VS 모드는 그리 매력적인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2대 이상이 늘어선 게임 센터에 가더라도,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싱글 플레이를 선호하더군요.

4명까지 대전이 가능한 VS 모드
대부분의 레이싱 게임의 최종 목표가 되는 '타임 어택 모드에서의 최고 기록'을 목표로 하는 플레이어도 아직은 그다지 보이지 않습니다. '이니셜 D'에서 그렇게 불타오르던 인터넷 랭킹 시스템도 지원합니다만, 역시 타임 어택보단 하트 어택 쪽이 더 재미있어서일까요?
도로에 등장하는 다른 차도, 옆 좌석에 앉아 있는 미녀도 없이 혼자서 고독하게 달리는 모습이 좀 처량해 보이기도 합니다.

혼자 달리는 타임 어택. 왠지 허전하다
8. 마치며...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류의 소위 리얼 레이싱이나, '이니셜 D 아케이드 스테이지(Initial D Arcade Stage)'류의 타임 어택을 목표로 하는 게임들이 주도하고 있는 현 게임계에서, 아웃런 2가 차지하는 위치는 이색적이며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한 코스의 최강자가 되기 위해 몇 번이고 타임 어택을 되풀이하는 것도, 최고의 기록을 내기 위한 튜닝에 불타오르는 것도 물론 좋습니다만, 한 번쯤은 이렇게 느긋하게 차를 몰며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로운' 게임을 플레이하며 스트레스를 날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추천도 - 8/10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웰메이드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