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52의 메뉴 화면은 마치 패미컴에서 많이 접했던 대만산 합팩을 연상케 합니다. 제네시스판 액션 52에 수록된 게임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리 봐도 합팩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01. Bonkers
02. Darksyne
03. Dyno Tennis
04. Ooze
05. Star Ball
06. Sidewinder
07. Daytona
08. 15 Puzzle
09. Sketch
10. Star Duel
11. Haunted Hill
12. Alfredo
13. The Cheetahmen
14. Skirmish
15. Depth Charge
16. Minds Eye
17. Alien Attack
18. Billy Bob
19. Sharks
20. Knockout
21. Intruder
22. Echo
23. Freeway
24. Mousetrap
25. Ninja
26. Slalom
27. Dauntless
28. Force One
29. Spidey
30. Appleseed
31. Skater
32. Sunday Drive
33. Star Evil
34. Air Command
35. Shootout
36. Bombs Away
37. Speed Boat
38. Dedant
39. G Fighter
40. Man At Arms
41. Norman
42. Armor Battle
43. Magic Bean
44. Apache
45. Paratrooper
46. Sky Avenger
47. Sharpshooter
48. Meteor
49. Black Hole
50. The Boss
51. 1st Game
52. Challenge
이 중에 마지막 52번인 Challenge는 나머지 51개 게임의 제일 어려운 레벨을 모두 클리어해서(순서는 랜덤) '액션 52 게임마스터(Action 52 Gamemaster)'가 되자는 내용의 종합 테스트로, 이 카트리지에 수록된 게임은 총 51개인 셈입니다. 속였구나!(...)

다 깬 다음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모릅니다(전 그리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액션 52에는 일반적인 진행형 액션 게임이나 벽돌 깨기류의 액션 퍼즐, 슈팅, 레이싱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수록되어 있지만, 모든 게임의 구성이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더 어려운 스테이지가 등장하는 것이 전부인데다가 하나같이 엉성하고 재미없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쓰레기 게임 모음집'이지요.

벽돌 깨기형 액션 퍼즐 게임 'Bonkers'

진행형 액션 게임 'Haunted Hill'

슈팅 게임 'Darksyne'

레이싱 게임 'Daytona'
게다가 이 중에는 똑같은 내용의 게임을 그래픽만 바꿔서 만든 개수 채우기용 게임도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붉은 거미가 다른 거미들을 피해서 화면 내의 파리를 전부 먹어야 하는 'Spidey'와,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쥐로, 방해 캐릭터를 고양이로, 파리를 치즈로 바꾸어서 만든 'Mousetrap'이 이런 개수 채우기용 게임의 대표적인 예지요.

'Spidey'의 게임 화면

'Mousetrap'의 게임 화면
소위 쓰레기 게임으로 취급받는 게임 중에서도 '소드 오브 소단(Sword of Sodan)'같이 처음엔 욕이 나오다가도 그 미묘한 중독성에 빠져서 계속 하게 되는 게임이 있는 반면, 액션 52의 게임들은 어느 하나도 10분 이상 플레이하기가 힘들 정도의 조잡함과 지루함을 자랑합니다. 이런 걸 200달러에 팔아먹었으니 액티브가 도산하고도 남았던 거죠.
NES판과 마찬가지로 제네시스판 액션 52에도 액티브를 대표하는 게임 '치타맨(The Cheetahmen)'이 수록되어 있는데, NES판의 치타맨(52번)이 나머지 51개의 게임을 집대성한 내용에다 전용 오프닝까지 있었던 데 반해 제네시스판은 게임 번호도 13번인데다 오프닝 같은 것도 없어서 아쉽습니다(게임 내용도 NES판과 전혀 다릅니다).

세월을 넘어 전설이 된 세 마리 치타 용사들
※ 추천도 - 1/10
(누가 산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릴 게임)
★ 뒷이야기

1994년 CES에 출전한 액티브 부스 사진
'액티브 엔터프라이제스(Active Enterprises LTD)'는 1989년에 'Vince Perri'와 'Raul Gomila'가 설립한 회사로, 미국 플로리다 동쪽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바하마 연방(Commonwealth of The Bahamas)에 본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1991년에 '닌텐도(Nintendo, 任天堂)'의 8비트 가정용 게임기인 'NES(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패미컴(Famicom)'의 북미 버전)'으로 발매된 엉성한 액션 게임 52개 모음집인 '액션 52(Action 52)'가 이들의 최초작이며, 이 게임의 가격은 원래 99달러로 예정되었습니다만 실제로는 200달러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으로 발매되었습니다(액티브 측에선 '한 게임에 4달러 이하다'라며 아주 싼 가격이라고 주장합니다만).
1993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게임 회사 'FarSight Technologies(지금은 FarSight Studios)'와 계약하여 메가 드라이브의 북미판인 '제네시스(Genesis)'와 닌텐도의 16비트 가정용 게임기이자 NES의 후속작인 '수퍼 NES(Super NES)'로 액션 52와 신작 '스포츠 5(Sports 5)'의 제작에 들어갔지요. 결국 시장에 출시된 것은 제네시스판 액션 52 하나였으며, 5개의 스포츠 게임 합본이라고 추정되는 스포츠 5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액티브가 정식으로 출시한 게임은 결국 NES/제네시스용 액션 52 둘 뿐이었으며, 자사의 마스코트 캐릭터가 등장하는 액션 게임 '치타맨(The Cheetahmen, 액션 52 수록작)'의 후속작 '치타맨 2'는, 1997년에 액티브가 사용하던 창고를 정리하다 1500개의 카트리지가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1994년에 미국에서 개최된 게임쇼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출전을 끝으로 액티브는 비디오 게임 시장을 포기했으며, 이후 'Ivan Koulakovski'의 회사인 'Voice Technologies'에 합병되었다고 합니다. 합병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Vince Perri는 회사를 떠났다고 하는군요.
1994년 CES에서 액티브는 자신들의 오리지널 휴대용 게임기 '액션 게임마스터(Action Gamemaster)'의 성능과 컨셉 아트를 발표했습니다. 당연히 이 게임기도 결국 출시되지 못했으며, 당시 공개된 컨셉 아트와 성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액션 게임마스터의 컨셉 아트
액션 게임마스터(Action Gamemaster)
★ 3.2인치 액정 화면 탑재
★ NES/제네시스/SNES의 소프트 플레이 가능
★ '치타맨 3'등의 오리지널 게임 발매 예정
★ CD-ROM 연결 가능
★ 가벼운 무게
'처음부터 끝까지 꿈만 꾸다가 결국 꿈처럼 사라져 버린' 회사라고 할 수 있겠군요. 액티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