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성의 북쪽 문으로 나와, 저와 일행은 바로 앞에 보이는 경산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자금성을 지을 때 파낸 흙으로 만들어졌다는 산 위에 세워진 경산 공원은, 자금성과 베이징 전역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는 곳이지요. 경산 공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앞의 큰 길을 건너가야 하는데, 근처에 횡단보도가 없어 저희는 지하도로 들어갔습니다.

지하도의 걸인 악사. '호궁'이란 현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경산 공원 내부의 풍경
경산 공원은 자금성의 웅장한 규모에 비하면 상당히 자그마했으며, 벗꽃이나 산수유 등 각색의 꽃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화사한 곳이었습니다. 자금성 종단에 지친 발을 이끌고 산을 올라가니, 베이징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다는 누각이 보였지요. 누각 옆에는 황제나 황후의 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물론 유료)이 있는데, 아쉽게도(?) 일행 중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안내원
누각에서 내려다 본 자금성과 베이징의 전경은, 올라올 때 느꼈던 피곤을 한 번에 씻을 수 있을 정도로 상쾌했습니다(비록 하늘은 흐렸지만...). 이런 곳에서 사진이 빠질 수야 없지요.
경산 공원을 나온 뒤, 저와 일행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인력거를 타기로 했습니다. 인력거꾼들의 준비가 약간 늦어졌기 때문에, 우선 근처의 편의점에 들어가 간단히 간식 등을 사 먹기로 했지요(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잡상인들이나 걸인들이 몰려 오기 때문에...). 저는 우선 편의점 왼편의 화장실에 들렀는데, 화장실 입구에 무언가 수상한(?) 것이 붙어 있더군요.

응? 이게 뭐지? 자판기 같은데...
우리나라 지하철의 화장실처럼, 중국에서도 화장실 입구에 휴지 자판기를 설치해 놓은 것일까요? 호기심이 든 저는 더욱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습니다.

휴지 자판기가 아니라 콘돔 자판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저런 자판기가 남자 화장실 내부에 설치되어 있지요.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화장실 밖의 자판기를 이용하는 중국 남자들은 과연 대국인(大國人)의 근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거짓말). 여하간, 볼 일을 보고 저도 편의점으로 들어갔지요.

편의점 QUIK. 이번 여행에서 제일 많이 눈에 띄었던 편의점이다

과자 포장지에 그려져 있는 묘령의 여성. 중국의 인기 연예인일까?

맛있어서 쿠우~가 보인다

컵라면도 있고... 우리나라의 편의점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약 10분쯤 지나, 가이드의 신호로 저희 일행은 밖으로 나가 인력거를 탔습니다. '인력거'란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른, 사람이 직접 달려서 끄는 물건은 아니고, 마치 '크레이지 택시'에서 등장했던 자전거 택시 같은, 자전거 뒤에 좌석이 붙은 모습이었지요. 한 인력거의 정원은 두 사람이라서, 저는 일행 중 3인이서 온 가족의 꼬마 아이랑 같이 탑승했습니다.

인력거를 타고 Let's Get Crazy!(...일 리 없다)
인력거는 의외로 빠른 스피드로 영산 공원 앞의 큰 길을 달려, 오른쪽으로 쓱 돌더니만 아주 좁아 보이는 거리로 들어섰습니다. 군데군데 부서져 있는 건물들이 가득한 이 거리는, 지금까지 접했던 현대적인 베이징의 인상과는 상당히 다르더군요. 마치 제가 어렸을 때 살던 거리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으리으리한 현대식 빌딩들과 웅장한 고대 유적을 지나 들어선 이 거리는, 마치 '베이징의 뒷면'같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인력거 투어를 마치고 저희는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가이드 아저씨는 '방금 인력거로 돌아본 거리는 빈민가가 아니라 예전의 자금성 주변에 있던 가옥들이며,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존중하여 계속 거기서 사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이야기가 진실인지는 조금 의심이 가더군요(혹시 방문자 분들 중 이 말의 진위를 아시는 분이 계시면 리플 주세요).
저희가 저녁 식사를 할 곳은 '태가촌 식당'이란 곳으로, 중국 내의 소수 민족이 경영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드디어 중국에 와서 중국풍의 식사를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커졌지요.
※ 여기까지 여행기를 쓰고 나서 하드를 날려먹는 바람에, 당시 찍어 놓았던 사진이 모두 지워져서 여행기는 여기서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만리장성이나 명 3릉, 북경 오리나 샤브샤브 등 소개할 것이 엄청 많았는데 아쉽네요...
- 여행기 연재 중단 -